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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마도 상마교회/ 당신의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꾼다
2003-10-18 10:40:33 read : 7301
독자 추천 미자립 교회를 가다
32가구가 옹기 종기 모여있다. 언덕 위로 상마교회가 보인다.
「빛과소금」은 지난 5월 1일부터 한국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독자들의 추천을 통해 전국의 미자립 교회와 사역자들을 선정, 1년 동안 무료로 「빛과소금」을 구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추천한 목회자를 중심으로 이번 호부터 해당 사역지를 방문해 지역 주민과 목회 상황 그리고 편집 방향에 대한 고견을 듣고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첫 대상자로 전남 해남군 화산면 삼마리 상마도에서 섬 목회를 하는 이성우 목사와 김요순 사모, 세 살 난 딸 단비 그리고 겨울에 태어날 복중의 생명을 찾았습니다. 독자들의 지속적인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전남 해남군 상마도 근처에 방파제가 생긴 후 자주 발생하는 안개로 인해 뱃길로 20분이면 도착하는 작은 섬마저 보이지 않는다. 상마교회 이성우(34세) 목사는 팔을 바다 한 가운데로 뻗어 손끝을 가리키며 “저 멀리에 있는 교회가 보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전방은 온통 뿌연 안개와 푸른 바다뿐이다. 이 목사는 다시 한번 확신에 찬 어조로 “교회가 선명히 보이는데, 기자님은 안보이세요?”하고 재차 묻는다. 이 목사의 반복되는 질문에 그냥 보인다고 거짓이라도 대답해야 할 판이다. 이미 섬 목회자가 된 그에겐 짙은 안개를 뚫고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영안’이 생겼나 보다.
“싸드락 싸드락 가장께요잉”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5시간만에 해남에 도착한 후, 다시 시외 버스로 갈아 타고 30분을 달려 화산면에 도착했다. 일단 거기서 모든 버스 편은 끝이 난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20분을 달려 화산면 부둣가에 도착했다. 상마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정기 여객선은 커녕 나룻배도 다니지 않는다.
뭍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주민들이 섬으로 들어갈 때, 그들의 배편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상마도로 들어가는 주민의 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싸드락 싸드락 가장께요잉.” 기다림에 익숙해진 이 목사는 걸쭉한 남도 사투리로 천천히 가자며 기자를 달랜다.
대략 4시간쯤 흘렀을까. 자동차 한 대가 미끄러지며 일행 앞에 멈춰 선다. 차 문이 열리면서 30대 젊은 여인이 내린다. 그녀는 이 목사를 향해 인사를 건넨다. “목사님, 남편의 배가 와요. 제가 전화했어요.” 순간 이 목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진다. 미소가 만드는 얇은 주름 위로 남해의 낙조가 붉게 얹힌다.
3년 전 태풍으로 첨탑에서 십자가가 떨어졌다. 보수 비용이 없어 아직도 십자가가 없다. 복음화율이 낮은 상마도의 현실을 보는 것 같다.
김 양식이 주업인 상마도
전라남도 해남군 화산면 삼마리 상마도. 해남반도 남부와 진도 사이에 위치하고, 중마도·하마도와 함께 삼마군도를 이룬다. 상마도는 삼마군도 중에서 가장 위쪽에 있고, 섬의 형태가 말과 같다 하여 상마도(上馬島)라 한다.
원래 상마도는 완도군 보길면에 속해 있었으나 1914년 행정 구역 개편으로 해남군 화산면에 편입됐다. 고려시대 때 유배지였으며, 1600년대에 함평에서 평강 최 씨가 들어와 살았다. 그 뒤 김해 김 씨와 전주 이 씨가 들어와 마을을 이루며 정착했다. 현재 상마도에 최 씨 성을 가진 주민이 전체의 1/3이나 된다.
상마도에서 최고 높이는 해발 60m이며 섬 전체 경사도가 완만한 편이다. 총 32가구가 사는 상마도 주민들은 대부분이 김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늦여름부터 이듬해 늦은 봄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며, 틈틈이 근해에 나가 숭어·바지락 등을 잡는다. 밭작물이 소량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분교가 1개 있었으나 지난 2000년에 폐교되었다.
상마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주택 외에 다른 부속 건물은 전무하다. 모든 물자는 육지에서 구입하며, 식수도 귀해 마을 어귀의 공동 물탱크를 이용한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없고 섬 전역을 걸어 다닌다. 유일한 운반 수단은 손수레뿐이다.
사람의 마음 문을 열기까지
장마가 한창인 지금, 농촌으로 따지면 이곳은 농한기다. 그래서 마을에는 주민들의 모습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현재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섬을 떠나 뭍에서 생활하거나 일을 보기 때문에 마을에 노인들을 제외하고 남아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농촌처럼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것은 아니다. 30∼40대가 섬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50∼60대가 40%, 70대 고령자와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이 7∼8명 정도 있다.
김 양식이 유일한 생계 수단인 상마도 사람들은 전과는 달리 최근 양식업 사정이 나빠져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섬을 떠난 사람들도 있어 몇몇 집들은 폐허가 된 채 개들만 어슬렁거린다.
서남해의 상마도에 상마교회가 세워진 것은 지난 1988년 9월, 섬 선교회에 의해서다. 이 목사는 상마교회 4대째 목회자로 지난 2000년 8월에 부임해 올해로 4년차다. 단독 목회는 이곳이 처음인 그는 김제 출신으로 총신대 신대원을 나와 부교역자로 사역하다가 동료 전도사의 제의로 상마교회에 부임했다.
현재 3가정이 등록돼 있으며 주일 출석 인원은 7∼8명 정도다. 3년 전에 초등학교 분교가 폐교되고 아이들이 줄면서 주일학교는 운영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작은 섬에 ‘새파란’ 젊은 목회자가 부임하자, 동네 사람들은 그의 젊음에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민들은 그의 ‘젊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교회에 대한 불신과 목회자에 대한 오해, 편견 등이 부임 2년까지 지속돼 사역 자체를 무척 힘들게 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불신과 오해에서 벗어난 듯하다. 상마도에서 태어나 여태껏 살고 있는 최봉춘(가명) 씨는 “젊은 목사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 작은 교회 한답시고 너무 불쌍하게 사는 것 같다. 키도 큰 사람이 비쩍 말라 더욱 안타깝다”며 이 목사의 사역을 측은하게 여긴다. 부임 이후 지금까지 냉대 속에서도 주민들과 친숙하게 지내려고 갖은 애를 썼다. 매일 수 차례 마을을 돌면서 주민들과 만났다. 때로 사택에서 점심을 나누며 ‘목사도 그들처럼’ 되려고 노력했다. ‘동네 한바퀴’ 사역은 지금도 계속되는 이 목사의 일과다.
“처음에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 친밀감을 갖도록 많이 다녔어요. 작은 섬이라 30분만 걸으면 섬 전체를 돌아요. 주로 노인들과 말동무가 되기 위해 시간을 보냈지요. 그분들은 자식들이 일 때문에 바쁘다보니 대화할 상대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종종 초청 집회나 마을 잔치도 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예배당이 꽉 찰 정도로 와주셨습니다.”
이 목사는 예배당이 꽉 찼다는 대목에서 매우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는다. 그에겐 한 영혼이라도 참으로 귀하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주일날 예배당에 한 명이라도 더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왜 그리 기분 좋고 힘이 솟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을 잇는다.
사실 한 영혼이 돌아옴은 도시의 대형 교회나 섬 교회나 다같이 소중한 일이지만, ‘충격’은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우상 숭배와 타지 사람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섬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순순히 자신을 내놓는 순간은 목회자뿐 아니라 교회 전체의 축제가 된다. 섬에서 한 영혼이 돌아온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하신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 아홉을 인하여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눅 15:7)는 말씀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김요순 사모와 딸 단비와 함께
복음 심는 일만 남았다
이제 상마도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제를 비롯해 당제를 끝내고 음식을 실은 ‘거리배’를 바다에 띄워 각종 재난 예방과 풍어를 기원하던 섬 풍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옛풍습’을 고집하던 어른들이 돌아가시거나 섬을 떠났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 교체 후,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쇄신되었다. 이 목사는 본격적으로 복음을 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1단계 사역은 어느 정도 끝났다고 봐요. 앞으로 그들의 열린 마음 속에 복음을 심는 일만 남았다”라고 말한다. 이 목사는 “상마도 옆에 있는 중마도나 하마도는 아직도 섬 풍습을 고수하는 매우 힘든 선교지”라며 지역 선교의 확대에도 관심을 나타낸다.
이성우 목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무엇보다 상마교회가 선교 단체나 자원 봉사 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유대 관계를 맺고 정기적인 봉사 활동을 펼치는 일이 중요하다”며 현재 그런 단체나 개인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의료나 미용 등 봉사 활동은 상마도 주민들에게 교회가 뭔가 해주고 있다는 좋은 인식을 갖게 만들고, 그로 인해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좋은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목사가 생각하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마을 잔치 수준이 아니라, 섬 주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김 양식에 구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세미나 등 주민들의 시각을 넓혀 줄 다양하고 국제화된 프로그램들을 진행해 보려고 한다.
“여름과 겨울에 선교팀들이 와서 봉사 활동과 전도 사역을 펼치고 있지만, 그것으론 역부족이에요. 섬사람들의 문화는 단순하거든요. 좀더 다양한 방법의 문화 사역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건전한 여가를 위한 운동 시설도 그 중 하나고요.”
넥타이 안 매는 목회자
또 이 목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섬의 교통 수단인 배다. 중고 배 가격은 400만∼500만 원 정도이다. 섬에서 배는 여러 모로 요긴하다. 우선 마을 노인들과 함께 자유롭게 뭍에 드나들 수 있고, 상마도 옆에 위치한 중마·하마도에도 자주 왕래하며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게다가 외부로부터 봉사 활동이나 선교 활동도 한층 활발하게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마교회가 처한 현실은 모든 봉사 활동 지원이나 생필품 구입에도 재정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 목사는 기도할 뿐이라며 “그동안 기도의 후원을 통해 주님께서 채워주셨고, 그 점이 바로 이곳에서 목회하는 이유가 된다”고 강조한다. 김요순(31세) 사모도 남편과 함께 새벽마다 기도한다.
이 목사가 큰 규모의 기도를 드린다면, 김 사모는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기도 드린다. 겨울철에 난로가 없어 기도하다가 응답 받은 경우도 있을 정도로 작은 것까지 채우시는 주님의 ‘만나’를 섬 목회를 통해 체험하고 있다.
이 목사의 섬 사역이 늘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여느 목회자처럼 정장 차림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아니다. 날씨가 좋으면 셔츠와 바지, 비가 오면 우의를 입고 다니면 그만이다. 예배 때 외에는 넥타이를 맬 일이 없다. 그래서일까, 이 목사의 넥타이는 목에 걸었다 떼는 형식이다. 그는 매일 정해진 큰 시간 틀 안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가끔 미역도 말리고, 교회 앞 유자나무도 가꾼다. 주민들이 바쁠 때엔 김 양식 일을 돕기도 한다. 섬에 사는 재미를 나름대로 톡톡히 누리는 것이다.
“아직도 사람들이 저와 교회를 불쌍하게 보고 있지만, 사실 누가 더 불쌍한 사람인가요? 주민들이 복음을 모르는 현실을 하루 빨리 깨닫고 주님을 영접했으면 좋겠어요.”
섬 목회가 어렵지만 ‘싸드락 싸드락’ 가고 싶어한다. 아마 지난 4년 동안 섬과 뭍을 드나들며 배를 기다리는 동안 터득한 진리인 듯하다. 당장 탈 배는 없었지만 항상 이용할 배는 생겼다. 그 섬에 사람이 사는 한 반드시 들어간다. 이 목사는 복음 사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할 그 날이 확실한 이상, 결코 서두르지 않고 인내하며 끝까지 달려가리라 다짐한다. 상마교회(061-534-2541)
빛과 소금/글·사진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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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꾼다
십대 젊은이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에 이르기까지 언사불공(言辭不恭)으로 사회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깽판’, ‘사진 찍으러 미국 안 간다’ 등 표현으로 파격을 ‘선보인’ 노 대통령은 당선 후에 일부 언론의 집중 보도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지난 6월 9일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의 ‘등신 외교’ 발언은 가뜩이나 여야가 공방을 거듭하는 정치권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등신 외교’ 파문으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여야는 상대방의 막말 사례를 공개하면서 정치권 저질 시비를 일삼으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이미 언어 폭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지난 6월 초, 가족과 함께 주일 오후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운전하며 가던 김인수(37세) 씨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 관련 방송에서 욕설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김 씨에 따르면, “인터뷰 프로그램에 초청된 사람이 자신의 군대 생활 얘기를 하던 중에 군에서 사용하는 욕설들을 그대로 표현했다. 다섯 살 난 아들이 옆에 있어서 얼른 라디오를 꺼야 했다”며 당시의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 1학년 아들을 데려가기 위해 학교에 도착한 최상인(34세) 씨는 마침 수업을 파하고 삼삼오오 교문을 나서는 초등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건강하고 밝은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최 씨의 얼굴은 이내 일그러졌다. 옆을 지나던 초등학생들의 입에서 심한 욕설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입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욕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한동안 기가 막혔어요. 1학년인 아들이 보고 배울까 봐 겁이 나요”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온 나라에 팽배해 있는 막말과 거친 언어는 인터넷을 비롯해 TV에서도 홍수를 이룬다. 시청자 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은 지난 3월 17일에 ‘지상파 방송 3사 방송 언어 실태 모니터 보고서’를 냈다. 자료에 따르면, 주부 대상의 오전 프로그램과 황금 시간대 오락 프로그램이 반말, 은어, 속된 말을 예사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의 대사도 인신 공격에 모욕적인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친 언어 사용은 교회마저 오염시키고 있다. 특히 교회는 말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 4:29)고 권하고 있다.
구역 모임, 당회나 총회 그리고 노회가 말이 난무하는 모임으로 변했다. 교회 학교 교사들은 중·고등부 학생들이 교회와 일상 생활에서 별 차이 없이 ‘그들’만의 말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대길교회에서 고등부를 담당하는 김형민(32세) 목사는 학생들의 생활 언어에 대해 “타락 문화의 영향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인격을 깎아 내리는 유머에 익숙해 있다”고 전제하고 “가정이나 교회에서 건강한 심성과 정서를 심어준다면 좋은 언어 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4월에 정부는 바른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국어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국민 대상으로 일정 기준 미달일 경우에 적절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세부 사항에 대해 조정 작업 중에 있다.
미국도 2001년부터 비영리단체 ‘워즈캔힐’(Words can heal)을 중심으로 언어 순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평소에 잦은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던 부시 대통령이 ‘워즈캔힐’을 적극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저급한 언어 생활로 병들어 가는 미국 사회를 구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인식되었다.
성경은 “너희 말을 항상 은혜 가운데서 소금으로 맛을 냄과 같이 하라”(골 4:6)고 요청하고 있다. 소금으로 부르신 크리스천들의 사랑과 축복의 언어가 더욱 절실한 지금이다.
글·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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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꾼다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웰튼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에게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키팅 선생은 수업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인생과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러분은 말과 언어의 맛을 배워야 합니다. 말과 생각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말이란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말로써 생각하고, 생각을 말로써 표현한다. 언어란 단순히 기호가 아니라 공유(共有) 되는 체험이고 생각이며 느낌이다. 우리의 경험이나 생각도 언어화(言語化) 되기 전까지는 생존할 수 없다. 경험이나 생각을 어떤 것이라고 이름 붙일 때 비로소 우리의 경험과 생각은 기억되고 전달될 수 있다.
축복의 말을 전하자
현대는 언어의 중요성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말과 언어를 소홀히 여긴다. 지금은 이미지가 언어를 압도하는 시대다. 말보다 그림이 중요하고, 소리보다 영상이 중요한 시대다. 또한 언어가 학대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의 말은 점차 거칠어지고 황폐화되고 있다.
동네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정당 대변인의 말까지 제대로 된 언어의 맛과 아름다움을 누리기엔 너무 거칠어져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을 잘 다스리는 것이 지혜의 표지라고 가르친다.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언어를 다스릴 줄 안다.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약 3:2).
크리스천이 전파해야 할 언어 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리스천은 저주의 말보다 축복의 말을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지으시고 제일 먼저 주신 것은 그들을 축복하시는 말씀이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처음 주신 것도 복을 주시는 말씀이었다.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창 12:2).
우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축복하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아무리 상대방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아이를 축복하는 부모, 학생을 격려하는 교사, 이웃에게 복을 비는 이웃이 되도록 하자. 축복을 생각하는 것은 축복을 말하는 것보다 좋지 못하다. 상대방의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멜기세덱이 아브라함을 축복한 장면을 무척 좋아한다. 아브라함이 롯을 구출하고 돌아올 때, 멜기세덱은 아브라함을 축복했다. “그가 아브람에게 축복하여 가로되 천지의 주재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창 14:19). 멜기세덱이 아브라함에게 건넸던 축복의 말로 인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인생을 더욱 복되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이 혈혈 단신으로 있을 때 복을 내리셨다고 말씀하신다. “너희 조상 아브라함과 너희를 생산한 사라를 생각하여 보라 아브라함이 혈혈 단신으로 있을 때에 내가 부르고 그에게 복을 주어 창성케 하였느니라”(사 51:2).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크리스천은 좋은 것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삶에 찾아오는 좋은 자극과 만남을 표현하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좋은 것에 대해선 당연하게 여기고 침묵하는 반면, 나쁜 것에 대해선 매우 상세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좋은 기분과 감격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나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 있다.
우리는 좋은 것들을 언어화하고, 나쁜 것들을 표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에는 자기 성취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말은 선포된 대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불평과 원망의 말은 크리스천에게 적합하지 않다. 절망과 포기의 말도 하나님께서 금하시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하나님을 원망했다. “이스라엘 자손이 다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며 온 회중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죽었거나 이 광야에서 죽었더면 좋았을 것을”(민 14:2). 그들은 하나님께서 광야로 인도하셨음을 마음 속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의 불편함에 대해 곧 불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홍해를 건넜고,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인도 받았으며, 기적의 양식인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었다. 하지만 그들은 좋은 감정들을 언어화하지 못했고, 마음 속에 있는 나쁜 감정을 언어화했다. ‘차라리 애굽 땅에서 죽었더면 좋았을 것을….” 계속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 “여호와의 말씀에 나의 삶을 가리켜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 너희 시체가 이 광야에 엎드러질 것이라”(민 14:28∼29). 하나님께서 우리의 부정적인 말을 들으시는 대로 행하시는 것이다.
우리의 언어 가운데 불신앙적이고 부정적인 말을 제하며, 신앙적이고 긍정적인 말을 더해 보자.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언어를 찾아보자. 삶의 꿈과 희망을 반영하는 언어를 발견하자. 우리의 언어는 인격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지금까지 듣고 사용해 온 말들이 인격을 구성해 온 것이다.
우리는 좋은 사람인데, 어느 날 불쾌한 경험 때문에 갑자기 말이 거칠게 나가는 것은 아니다. 오늘 듣고 건넨 말들이 인격을 형성한다. 우리가 그 정도의 사람이기에 우리에게서 그런 말들이 흘러나간다. 말과 인격 사이에 우리가 인정하는 것보다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좋은 언어는 공동체를 세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관찰해 보면,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는 기능을 하는 반면에 어떤 말은 사람을 죽이는 기능을 한다. 한마디의 말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대단하다. 말 한마디로 평생 원수 관계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무례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상대방의 마음에 증오의 씨앗을 뿌리기도 한다. 반면에 은혜로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유쾌하게 한다. 은혜로운 말은 상대방을 높여 주며 영혼을 소생시켜 준다.
무례한 말은 인격을 파괴하며, 상대방의 가능성마저 닫아 놓는다. “너는 그것밖에 못하니?”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그만 두는 게 낫겠다!” 이런 말들은 상대방의 영혼을 시들게 한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미래를 열어 주는 말이 좋다. “염려하지 말고 하나님께 맡겨라.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너를 통해 큰 일을 이루실 것이다.”
우리가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영혼을 건지신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 4:29). 좋은 언어는 인격을 세울 뿐만 아니라, 공동체도 세운다. 서로 상대방을 칭찬하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말이 좋은 것이다.
크리스천은 창조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사람이다. 바벨탑 사건 이후로 인류의 언어는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은 인간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가운데 생각과 말이 이기적이고 불신앙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은 언어의 아름다움과 능력을 회복하는 사람이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언어를 통해서 인간 관계를 회복할 뿐 아니라, 언어의 능력도 회복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크리스천의 좋은 언어 습관으로 하늘을 향해 교만하게 치솟던 바벨탑이 무너지고 서로를 향해 멋진 다리가 놓여지기를 기대한다.
목회와 신학/글·장경철 서울여대 인문학부 교수이며 저서로 「축복을 유통하는 삶」, 「인생의 무의미를 논하기 전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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